주저리

이면지와 모나미 153

포오옥 2021. 4. 2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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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면지(좌) A4용지(우)

부모님은 어려서부터 아껴 쓰는 것을 강조하셨다.

덕분인지 나는 틈틈이 이면지를 모은다. 모으는 속력보다 더 빨리 쓸 때도 있어서 A4용지를 써도 되나 고민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면지만 보이면 챙기는 습관도 있다. 여러모로 이면지는 쓸데가 많다.

 

 

모나미 153 0.7 볼펜 굉장히 유명한 볼펜이며 오랫동안 사랑 받아 왔다.

 우리 집에는 이 볼펜이 참 많았다. 아버지께서는 남이 쓰고 남겨두고 간 볼펜들을 가져오곤 하셨다. 집에서 볼펜을 많이 쓴다는 것을 아셨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는 볼펜 심만 사서 계속 같은 통에 쓰곤 하셨다.

 결국은 나와 동생을 위해서였다. 나와 동생은 수학을 굉장히 잘했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학교 대표가 될 정도로 잘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와서는 평균 정도 수준이다. 어떻게 그때는 잘할 수 있었을까?

 

남들보다 열심히 해서? 맞다. 남들보다 어머니께서 열심히 하셨다. 한 달에 모나미 볼펜 심을 4 개씩 쓸 정도로 이면지 만으로 책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골판지 상자 건 편지 봉투 건 한 쪽 면이 깨끗한 종이에 어머니께서 매일 수학책을 베껴주셨다. 덕분에 나와 동생은 언제나 남들보다 1년 먼저 수학책을 뗄 수 있었다. 새삼스레 부모님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죄송하다.

 

 

 모나미 볼펜에 얽힌 일은 정말 많다. 학교에서 이 것 덕분에 칭찬을 받은 적도 있다.

나는 연필을 선호 한다. 학교에서는 연필이 작아지면 보조기에 끼 워쓰는 것을 학생들에게 권한다. 주로 저학년들에게 말이다. 부모님은 작아진 연필을 깎아서 이 볼펜통에 끼워주셨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도 버릇이 되어 고등학교 다닐 때도 나는 볼펜통에 연필을 끼워 썼다. 1cm 도 안될 때까지 더 이상 깍지 못 할 때까지... 그것을 선생님들께서 보고 보는 분마다 칭찬을 해주었다. 덕분에 학교에서 연필 붐이 일기도 했다.

 


 지금은 샤프를 더 많이 쓰고 빨리 쓰기 편한 볼펜을 쓰지만 여전히 필통에는 연필과 모나미 볼펜이 들어 있다. 

 그리고, 이면지를 모으기 위한 화일을 따로 들고 다닌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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