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책

기적의 사과

포오옥 2021. 4. 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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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

일본의 장인정신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더구나 일본의 국민성은 장인정신을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한다.

최근에 본 일본의 TV 프로그램 중에 '창과 방패'가 있다. 모순이라는 한자성어를 TV 프로그램화한 것으로 서로 대비되는 두 장인의 대결을 다룬 것이다. 내가 본 것은 합금을 제조하는 기업과 합금 가공용 드릴을 제조하는 기업의 대결이었다. 

 

이 책도 장인정신을 다룬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이라는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한국도 최근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고 세계적으로 흥행도 한다. 하지만 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적은 것이 아쉽다. 대중매체가 그들을 주목하면 대중도 분명 주목해 줄 것이다.

 

 

기적의 사과

이 책은 NHK의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에 소개된 그의 일화를 바탕으로 작가가 취재한 그와 지인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만든 책이다.

기무라 아키노리의 자서전과 농업기술서 중간쯤의 다른 책과는 달리 그에 대한 여러 일화를 중심으로 작성되어 있다. 덕분에 읽기에는 더 쉽고 시간 순서도 일정하다.

 

 

자연재배와 사과

자연재배는 유기농법과 다르다. 유기농법은 화학비료를 유기비료로 대체하고 오리나 돼지 등등의 수단을 써서 벌레를 막는 그런 농사 방법이다. 하지만 자연재배는 거의 방치 수준으로 농장에 손을 대지 않는다. 자연은 하나의 완성된 시스템이기에 오히려 자연 상태의 생물은 병충해를 비롯한 각종 재해에 강하다. 옛날에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생산량 증가를 위해 곤충을 잡아주고 양분을 주고 수분까지 해준다. 덕분에 나무들이 자생력을 잃고 허약해지고 땅은 생태계가 파괴되어 황폐해졌다.

 

하지만 자연재배라고 내버려두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사과의 열매가 오늘날처럼 큰 이유는 사람이 커다란 열매가 맺히도록 개량한 것이다. 이런 사과 열매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지 사과나무에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과나무에는 동물들이 먹고 씨앗을 옮겨줄 정도의 열매만 있어도 충분하다. 

자연재배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맛있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법과 다르지 않다. 단지 자연의 방법을 생태계를 농업에 적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수확 시기를 조절하려면 풀 베는 시기를 조절한다. 콩과 식물의 뿌리혹박테리아를 보고 땅의 영양 상태를 파악하여 식물의 양과 종류를 제어한다. 땅속 온도를 재서 뿌리가 어떻게 뻗어 가는지 파악한다. 잎의 모양이나 뿌리의 모양을 보고 나무가 이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가지치기를 하는 등 자연을 관찰하면서 하는 방법이다.

 

 

열매 사과 바나나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바나나는 곧 멸종한다.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파는 바나나는 놀랍게도 모두 같은 종이다. 바나나가 원산지를 떠나서 처음 세상에 소개되었을 때, 희소성과 맛 때문에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고 한다. 그래서 바나나를 품종 개량하여 이상적인 바나나를 만들고 기존의 바나나를 다 베어버리고 심었다. 하지만 한 종류만 남은 바나나는 병에 취약해졌고 바나나 병이 돌자 다 말라버렸다. 다행히 그 병에 강한 현재의 캐번디시 바나나를 발견해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최근 캐번디시에 감염되는 새로운 병이 돌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어쩌면 이제 '정글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오는 구워 먹지 않으면 맛이 없는 그런 야생 바나나만이 그것도 사람의 손길이 적은 곳에만 남을지도 모른다.

 

기무라 아키노리가 성공하기 전까지 사과나무를 농약 없이 재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무라 아키노리 이전에도 자연재배로 성공한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중 과일나무에 대한 사례는 거의 없고 사과는 없었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과거의 사과와 현재의 사과는 다른 과일이다. 과거나 현재나 장미과에 속하는 사과나무는 맞다. 하지만 농약과 비료의 개발 이후 병충해와 영양부족의 걱정이 없어진 상태로 품종개량을 해서 도달한 오늘날의 사과다. 사실 농약과 비료가 없다면 자연도태되어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없는 과일이다. 그런 과일의 자연재배는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성공했다.

 

 

자연과의 대화

그가 첫 사과를 수확하기까지 10 년이 걸렸고 상품가치가 있는 사과가 열리는 것은 몇 년이 더 걸렸다. 그가 6 년 만에 흙을 살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사과가 가능한 사과가 되는 데는 4 년 그리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사과가 되는 데는 4 년하고 몇 년더 필요했다. 모든 사람의 상식이 무너지는 데는 기적이 일어나는 데는 4 년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도 된다. 물론 그 일을 위해 그는 10 년 동안 꽃이 피지 않는 과수원을 돌보았다. 이런 노력이 기적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가 후회하는 것이 하나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사과나무에 미안하다고 죽지만 말라고 말했다고 했다. 마지막 발버둥이었을 것이다. 그 10 년간 많은 나무가 죽었다. 그런데 그가 말을 걸지 않은 나무는 전부 죽었다. 과수원의 외곽에 있는 나무들에는 창피해서 말을 못 걸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나무들은 모두 버티지 못했다. 

최근에 음악이 식물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있어 밭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는 곳이 많다. 실제로 이런 실험이 있다. 똑같은 조건에 좋아라는 말을 듣고 자란 식물과 싫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식물은 발육이 틀리다. 언어로 서로 대화가 불가능할진 몰라도 분명히 생명체끼리는 통하는 것이 있다. 물론 공식적인 실험으로 밝혀진 것에 따르면 특정 파장이 식물의 생육에 영향을 준 것뿐이다. 클래식이라고 식물에 유리하거나, 좋은 말을 한다고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나무에 말을 걸면서 더욱 정성을 다한 것이 분명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사실,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이전에 그는 사과를 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의 특이한 사과를 맛도 일정치 않고 크기도 작은 사과를 사주는 사람은 없었다. 사과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파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계속 노력했고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서 이제는 추첨을 통해서만 먹을 수 있는 사과가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노력과 열정은 바로, 이런 것이다! 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난 워낙 바보라서 언젠가는 될 거라며 멧돼지처럼 냅다 돌진한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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