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애거사 크리스티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전에 나왔던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나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루팡과는 그런 점이 다른 것 같다. 그 둘의 추리 소설은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셜록 홈스나 루팡의 대단함에 상대가 너무 평범하다. 단지 내 생각이 그렇다.
앞의 두 작품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으로 전집이 나온 반면 후자는 작가의 이름으로 전집이 나와서 더욱 다양성이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두 작품은 너무 유명해서 다른 작품이 잘 언급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분명 뛰어난 두 명의 탐정이 나오지만 앞의 두 작품과는 좀 다르다. 읽으면서 드는 차이점은 홈즈나 루팡은 사건 속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개가 빠르고 독자가 전개를 쫓아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셜록홈스는 언제나 범인보다 앞서 나가는 주인공이며 루팡은 범인보다 더 복잡하게 일을 꾸미는 주인공이다. 반면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적인 탐정인 에르큘 푸아로는 사건의 가까이에 존재 하지만 엄연히 사건이 다 끝난 뒤 정리하는 사람이다. 물론 추리소설의 특성상 대부분의 범인은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범인은 사건을 올바르게 정리하려는 푸아로를 방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사건이 일어난 후의 공작이며 소설상에서는 오히려 푸아로의 영감으로도 한 번에 도달하기 어려운 진실에 도달하게 하는 열쇠가 되는 장치이다. 즉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에서 독자는 푸아로와 같은 위치에서 같은 단서를 보고 같은 시간을 보낸다. 홈즈나 루팡의 뒤를 쫓기에도 벅찬 독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여유로움이다. 하지만 역시 추리소설에 여유로움은 없다. 분명히 똑같은 상황을 보고도 푸아로는 다른 상황과 쉽게 연결 짓고 독자에게는 없는 추리적 영감을 갖고 있기도 하다. 물론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그런 영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집의 5 편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은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추리소설이다. 첫 번째는 오리엔탈 특급 살인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푸아로는 혼잣말로 혹은 여러 사람과의 만남으로 독자에게 많은 힌트를 준다. 하지만 책의 3/4 정도를 읽기 전까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즈음에 다시 앞에서부터 발췌독을 하면서 푸아로의 힌트를 이해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혹시나 했지만...... 결국 책은 주인공과 누이의 대화로 시작해서 주인공의 회고로 끝나는 재밌는 구성이다.
작가도 추리소설 작가로서 한 번쯤은 도전해 볼만한 트릭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서부터는 혜살성 내용이므로 책을 읽지 않았다면 죄송하다.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오리엔탈 특급 살인과 마찬가지로 그럴 거라 예상은 하면서도 그렇다는 확신을 가질 수는 없는 독특한 구조의 추리소설이기 때문이다. 오리엔탈 특급 살인에서 시작에 살해 흔적이 13 개인 것을 보고 13 명의 승객이 모의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장난스럽게 할 수는 있지만 정말 그럴 거라는 확신을 갖는 사람은 없다. 애초에 그것이 말이 되도록 역사적 사건과 엮은 것은 그녀의 대단함이다.
이 번 이야기도 푸아로와 가장 오랜 시간 다니면서 가장 많은 말을 하고 심지어, 주인공 관찰자 시점을 택한 상황에서 그 주인공이 범인이라는 생각도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벌어지는 위화감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정말 그렇다고는 아무도 생각 못 할 것이다. 설마 범인이 대범하게 자신이 범인이 아닌 것처럼 범행의 전말을 설명하는 소설이라니 무시무시하다.
이렇게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은 독자의 허를 의외인 곳에서 찔러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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